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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밤

05/10/03

태그 : 쓰르라미 울 적에, 메아카시편, 3S

─불티가 밤하늘로 흩날린다.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열기가 훅훅 끼쳐온다. 주변에는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이것저것 사달라고 졸라대다가 결국 울상을 짓고 부모의 손에 끌려가는 꼬마들, 총대를 메고 뚫어져라 떨어트릴 상품을 노려보는 남자아이, 그 아이를 빤히 바라보는 여자아이, 늘어선 가게들 앞에서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손님들을 끌어모으는 아저씨들──

나는 그 풍경을 눈에 담고, 숨을 깊게 들이쉰 후 한발을 축으로 빙글, 돌아 뒤를 바라보았다.

"어, 에, 아?"

앞서가던 내가 갑자기 뒤로 돌자 당황하는 소년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나와 똑바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조금은 짖궂은 마음이 되어, 입술을 내밀고 약간 투덜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흐응. 사토시군은 저랑 눈도 마주치기 싫은가봐요? 너무한데요──."

그러자 사토시군은 화들짝 놀라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는 손을 휘휘 저으며 변명하려 애썼다.

"아, 아냐! 시온이 싫다니, 그런 생각은 조금도 한 적 없어!"

나는 그 말에 빙긋 웃으며 한발짝 다가갔다. 사토시군은 한발짝 물러서려고 했지만 나는 그의 어깨를 잡아서 멈추게 했다. 사토시군은 마치 돌이라도 된 듯 딱딱하게 되어 움직이지 못했다.

"그럼, 사토시군은 절 좋아하는 거죠?"
"므, 므으……."

사토시군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배트를 휘두를 줄 모른다니까.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역시, 언제나처럼 내가 도와줘야 할까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밤하늘에 불꽃이 터졌다.

"응. 나도 시온을 좋아해."

펑.
펑.
하늘에 연속으로 불꽃이 올랐다. 하지만, 불꽃이 터지는 소리 따위는 아주 조그맣게 들렸다.
내 심장소리는, 그것보다 훨씬 크게 쿵쾅거리며 울리고 있었으니까.

"어, 으으."

이번엔 내 쪽이 벙어리가 되었다. 도대체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평소에는 유연하게 돌아가던 내 머릿속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었다. 사토시군이 먼저 말해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어.
거울을 보지 않아도 새빨갛게 되어 있으리란 것은 안다. 얼굴은 데일 정도로 화끈거리게 달아올라 있었다. 사토시군은 흐릿한 시선 속에서 손을 들어올렸고,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쓰다듬.
남자아이의 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부드럽고 하얀 손이 내 머리로 올라와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아, 아우우……."

나는 그대로 몸을 움츠리고, 신음소리 비슷한 것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손은 정말 다정하고, 따뜻함을 가득 품고 있었다.
이렇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에 과민반응해 버리면, 분명 이상한 여자애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너무나 기분이 좋아서 어쩔 수 없는걸.
나는 사토시군을 좋아해.
그리고, 사토시군 역시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줬어──!

그야말로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어라, 그런데 정말로 뒤통수가 아픈걸. 마치 진짜로 맞은 것 같은 기분이……?

"오홋홋홋!"

굉장히 익숙한, 건방진 웃음소리. 머리에 올려진 손은 떨어졌고, 사토시군은 난감한 표정으로 내 뒤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 나는 뒤로 홱 돌면서 빽 소리를 질렀다.

"사토코오오오!"
"아직 시온 언니에게 오빠를 빼앗길수는 없지요! 오홋홋! 오늘의 부활동에서 저를 꺾으면 인정해 드리겠어요!"
"사, 사토코, 빼, 빼앗기다니, 그, 그건 무슨──."
"아니, 사토시군은 가만히 있어요. 어차피 시누이 교육은 일찍부터 시켜두는게 좋아요──!"
"시, 시누이라니?"

당황해하는 사토시군을 제끼고, 요란하게 웃으며 도망치는 사토코를 쫓는다.

"사토코, 오늘 저녁은 호박죽으로 결정이에요오!"
"므캬아! 시온 언니는 악마에요!"

물론, 잽싸게 달리면서도 사토코가 간간히 뿌려둔 트랩들을 확인하고 피하는 것은 잊지 않는다. 사토코는 잽싸게 도망쳤지만, 신장의 차이도 있었기에 나는 쉽게 따라잡을 수 있었다.

"우, 우왁, 놔요!"

사토코는 목깃을 잡힌채 발버둥쳤지만, 나는 그녀를 번쩍 들어올려 내 시선까지 끌어올렸다.
나는 최대한 생글생글 웃으려 노력하며 말했다.

"아아, 오늘에야말로 사토코의 편식 버릇을 고쳐주겠어요♡"
"……오홋홋홋."
"왜 웃는거죠?"
"언제나 말하지만, 제 트랩의 철칙. 마지막 순간에 자그마하게 하나만 준비해두면 충분한 거에요~"
"무슨……."
"아직 오빠랑 키스 못했지요?"
"……에?"

사토코는 허공에서 그대로 내 품에 안겨들어, 목을 감아 내 몸에 매달렸다.
그리고 그대로 내 입술에 자신의 자그마한 입술을 맞대었다.

"우, 우읏!"

잠시 머릿속의 이성은 암전 상태.
완전 기습이었다.

"시온 언니의 퍼스트 키스 강탈──!"

사토코는 그렇게 상쾌하게 외치며 무방비 상태인 나에게서 벗어나 후다닥 달아났다.
잠시 내가 정신을 추스릴 즈음엔, 저 멀리 인파속에서 혓바닷을 내밀며 손으로 V자를 그리고 있었다.
나는 화를 내기도 전에, 어이없어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내 달려온 사토시군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 어깨를 흔들었다.

"하아, 하아, 시온, 괜찮……자, 잠깐, 여기선!"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사토시군의 품에 안기듯 파고들어, 오른손으로 그의 목을 휘어감았다. 그리고 사토시군이 뭐라 대꾸할 사이도 없이 그대로 입술을 겹쳤다.
순간이 영원이 되는 짧고도 긴 시간.
나는 사토코의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새빨갛게 물드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사토시군을 풀어주었다.

"흐─응. 이게 연인들 사이의 키스라구요."
"므으……."

사토시군은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지 선채로 쓰러지기 직전.
사토코는 부끄러움인지 분노때문인지 얼굴이 빨개져서 뭔가 소리치기 직전.
그리고 나는──

행복으로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

불꽃의 빛이 하늘을 밝힌다.
높이 솟아올랐던 불티가 다시 하늘하늘 떨어져 내린다.
지금은, 행복한 축제의 밤.
아마도 나에게 펼쳐졌을 수많은 세계 중에서, 가장 행복으로 가득한 세계.

나는 두 손으로 가슴을 끌어안고, 행복을 가득 들이마시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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