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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미소

06/11/04

태그 : 쓰르라미 울 적에, 후루데 리카, 마녀

엔젤모트넷에만 올렸던 물건.
미나고로시 편 네타가 있으니, 애니만 보신 분들은 이해하기 힘드실 겁니다.
내용 자체는 츠미호로보시 쪽이지만...;
리카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바칩니다. 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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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미소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아."

6개의 면에 전부 1이라는 눈이 새겨져 있는 주사위만이 최후에 나의 손에 쥐어진다.
그리고, 바로 앞 칸에는 [처음으로] 라는 벌칙이 기다리고 있다.
……이래서야 게임을 하는 의미가 없다.

"헛된 소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게임을 포기하지 않는다.
언제나 최초의 칸으로 돌아가 버리는 것을 알면서도, 주사위를 던지는 나의 손은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꺾이지 않는 의지인가, 아니면 단순한 체념인가.

'맞아요. 이번에도 믿으면 결국 실망할 거에요.'

──어쩌면 내가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뉴우."

나는 친근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매번 아카사카와 히나미자와를 내려다 보았던 바로 그곳에서.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리, 리카? 왜, 왜 그러는 거에요? 제, 제가 또 말 실수를… 미안해요. 아우아우."

햐뉴우는 허둥거리며 고개를 연신 꾸벅거렸다.
나는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100년 가까이 지내오면서도 질리지 않는 반응을 보이는 녀석이다. 말은 맥빠지게
하지만서도, 하뉴우가 없었다면 난 진작에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뭐, 이미 미쳐있는 걸지도 모르지."
"에? 무슨 말 하는거에요?"
"아무것도 아냐."

어쩌면 하뉴우의 존재도, 이렇게 어린 내가 100년이 넘도록 죽음을 반복하며 살아온 것도
모두 나의 망상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드디어 깨달은 자가 나타났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기적].

나올 수 없는 제7의 주사위 눈.
나는 처음으로, 던지기 전까지 눈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주사위를 손에 넣은 듯한 느낌
이었다.

그 사람의 이름은 [마에바라 케이이치].
그가 깨달은 것은, 자신이 던지는 주사위의 존재.
또한 그 결과가 부른 무겁고 깊은 죄.

그는 [깨닫는 것] 만으로도 속죄의 자격을 얻었다.

레나가 돌이킬 수 없게 되고, 나의 손을 뿌리쳤을 때 나는 이 세계를 간단히 포기해 버렸다.

우리들은 주사위를 던져서 게임을 함과 동시에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이 히나미자와라는 게임판 위에서 결코 끝에 다다를 수 없는 절망적인 게임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 멍청한 존재들에게 나는 언제부터인가 질려버렸다.

그 결과는 [후루데 리카]의 풍화.
불쌍한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마음이 착한 소녀는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의 과거에 이미
모두 마모되었다.

여기에 있는 건, 반복되는 참극에 지쳐버린 한명의 마녀 뿐.

"…케이이치. 후회할지도 몰라."

너는, 마녀에게 희망이란 단어를 다시 일깨웠어.
그렇게 마음속으로 되뇌이고, 그가 불러 일으킬 광풍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자리에 있다.

레나는 결국 완전히 [망가졌다].
그래서 학교점거, 폭파계획이라는 테러리스트급 이벤트를 준비하는 데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케이이치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끝까지.
나도, 포기하지 않는다.
기적을 이끌어낸 그의 강인함을 믿고──

레나의 함정.
[가짜 시한장치].
사토코가 이것을 간파한 순간, 나는 교실에 있던 물건 중 유일하게 무기로 쓰일만한 대걸레를
집어들고, 케이이치와 레나가 있는 곳으로 미친듯이 달려갔다.
하뉴우가 시끄럽게 빽빽댔지만, 나는 무시하고 아슬아슬한 순간에 세이프했다.

고작 이런 실수로 [희망]을 잃을 수는 없다.
하뉴우는 진심이 된 나의 눈빛에 조용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케이이치를 내보내고, 나는 대걸레를 든 채 레나와 대치했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아무리 [다음]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죽음의 느낌에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시온의 전례가 나의 마음에 한점 미혹을 가져왔지만, 강인한 케이이치의 뒷모습게 나는 그
마음을 떨쳐버렸다.

나를 제어하는 모든 [룰]을 해제한다.
케이이치를 믿고, 여기에 있는 것은 모든 위선을 떨치고 선 발가벗은 [후루데 리카].
100년 이상을 살아온 성격 고약한 마녀다.

이미 자신의 망상에 취해서 본래의 자신을 잃은 류우구 레나가 이 [후루데 리카]를 쉽게 무너
뜨릴 수 있을 리 없다.

"기백이나 되는 죽음을 뛰어넘어 여기에 선 나다. 그런 이 내가,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코웃음치며, 100년간 쌓아온 나의 경험과 감각을 이 순간에 폭발시킨다.
나는 대걸레를 비스듬히 들고 사나운 미소와 함께 뇌까렸다.

"놀아주지. 오너라, 도끼녀!"

레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도끼를 고쳐쥐고 괴성을 지르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네녀석에게는 돌진밖에 없는거냐? 단순해!"

내가 가진 대걸레는 결코 강력한 무기라고 할 수 없다. 강도가 약하고 쉽게 부러지며, 뭣보다
지금 이 작디 작은 몸으로는 그녀에게 타격을 입힐만한 힘을 싣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리카쨩은 막을 수 있을까나? 까나?"

실소를 머금었다. 저건 레나 나름의 조롱이로군.
하지만 이 대걸레가 레나의 도끼보다 유리한 점이 단 한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누가 막는다고 했던가? 핫!"

바로 리치.
무기의 간격에서 월등하게 우월하다.
그 장점을 살려 최소의 타격으로 최대의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곳, 안면부를 공략한다!

"큿!"

날카롭게 눈 쪽을 향해 날아드는 대걸레 자루의 끝을, 레나는 몸을 뒤틀며 피해냈다.
나는 그 와중에도 작게 감탄했다.
과연, 저것은 류우구 레나가 아니면 불가능한 움직임이다.
또래의 남자아이인 케이이치에 뒤지지 않는─ 아니, 어쩌면 더 월등할지도 모르는 저 운동
신경과 반응속도, 뛰어나고 신속한 상황판단력을 갖춘 저 아이는 우리들의 그룹 내 최강이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대로 두개골을 부숴줄게. 가만히 있어!"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동작으로 레나는 나의 머리를 향해 도끼를 내려쳤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 나는 간발의 차로 자세를 낮춰 그 공격을 피했다.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아찔했다.
설령 날이 없다고 해도, 레나의 힘으로 휘두르는 저 도끼는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쥐처럼 정말 잘도 피하네. 역시 100년 이상 히나미자와를 지배해온 망령이란 거야?
아하하하하!"

…레나가 하는 망상의 종류까지 자세히 알고 싶지는 않지만, 그 가운데서도 종종 너무나
날카로울 때가 있다.

"아무렴. 너와 나는 기본적으로 연륜의 차이가 틀리다!"

진심으로 내뱉는다.
미친듯이 웃으며 다시 파상공세를 펼치는 레나를 향해 나는 다시 대걸레를 휘둘렀다.

"약해!"

레나는 대걸레를 쳐내려고 옆으로 세차게 휘둘렀다.
나는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약하지."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로, 레나의 옆구리를 공략한다.
레나도 그것까지는 예상할 수 없었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레나의 힘을 이용해 그대로 온몸을 틀어 그녀 자신에게 공격을 돌려준 것이다.

"리카쨩. 레나는 화났어?"

공기가 바뀐다.
그녀는 도끼를 들지 않은 팔로, 대걸레의 자루를 잡고 있다.

"…젠장."

더 이상은 무리다.
이렇게 힘 싸움으로 들어가게 되면 난 엄청난 수세에 몰리게 된다.
나는 과감히 무기를 포기하고 뒤로 뛰었다.
그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이내, 내가 있던 자리로 레나의 도끼가 내리꽃혔기 때문이다.

"도망치는 걸까나? 까나?"

하지만, 레나는 그것으로 동작을 멈추지 않고, 도끼는 그대로 둔 채 몸을 앞으로 내밀어
내 가슴팍을 걷어찼다.

"크윽!"

짧은 신음을 흘리며, 난 문 밖으로 주르륵 밀려났다.
이 멍청한.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 기본적인 신체적 차이는 어쩔수가 없다──!

"빌어먹을……. 신체연령이 5살만 높았어도!"

물론, 쓸데없는 푸념이란 건 잘 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투덜거리지 않으면, 분함을 이길 수 없다.
이 몸이 가진 무력함, 지내온 100년간의 세월의 후회가 온 몸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나약하게 '다음번에는…….' 이라고 중얼거리지 않겠다.
지금의 나에겐 이 세계밖에 없다고 생각하자.
내가 가진 희망을, 수없는 시행착오 끝에 도달한 기적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는다.

레나는 쓰러져 있는 날 무시하고, 진짜 시한장치를 찾으러 간 케이이치를 향해 달려간다.
아마 한번 상대해보고 위협적인 전력이라고 판단되지 않아서겠지. 아아. 훌륭한 판단력이야,
류우구 레나.

"후회하게 해 주지."

이 나약한 몸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을지, 몸소 보여주는 거다.
그래. 나는 네 말대로 히나미자와를 지배하는 망령중 하나.
그런 내 존재를 얕보지 말란 말이다!

마음속에서 호승심이 끓어오른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건, 부활동의 연장이다.
예전에 순수한 마음으로 승부를 즐기던 그 부활동 시간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케이이치는 사토시의 배트를 쥐었다.
사토코의 트랩이 작동한다.
레나가 멈칫거린다.

왠지 크게 웃고 싶어진다.
류우구 레나의 개인적 능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이 멤버라면, 지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

남은 건, 레나에게 짙게 드리운 참극의 그림자를 지워버리는 것 뿐.
그것은 케이이치── 그리고, 그와 함께 하는 사토시에게 맡긴다.

"리카… 즐거워 보이는 것입니다."

어느새 소리없이 다가온 하뉴우가 내 곁에서 중얼거렸다.

"아아. 그래. 참을 수 없이 즐거워. 이런 기분이 된 것이 도대체 몇년만인지 모르겠어.
아니, 몇십년만인가?"
"……리카."

저쪽에서는 사토코가 머리를 쓱쓱 문지르며 뚱한 표정을 짓고 나에게 다가온다.

"리카! 레나씨에게 트랩을 성공시켰어요! 오호호호홋!"

이미 사토코에게서도 그늘 따위는 찾아 볼 수 없다.

"케이이치씨도 오빠야의 배트를 줬으니까… 지지 않아요!."

……강한 아이다. 사토코는.
그렇지만 난 수많은 세계에서 저 아이를 무책임하게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빤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 또한 나의 죄.

"이 죄많은 마녀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리카? 무슨 소리에요?"

나는 사토코의 질문을 못 들은 척 하고, 하뉴우를 올려다보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오야시로님, 이번엔 부디 참극을 넘어서 희극에 도달하도록 도와주시는 거에요. 미이─☆"

그 말에 하뉴우는 얼굴이 새빨갛게 되어선 허둥거렸다.

"아, 아우아우∼ 미, 미안해요! 미안해요!"

바보. 사과 하고 싶은 건 내 쪽이다.
비록 이 자리에 있는 건 순수하고 신성한 오야시로님의 무녀가 아니지만, 닳고 닳은 이 마녀도
히나미자와의 주민이라고 생각한다면 ── 부디 이 참극을 넘어 설 수 있기를 같이 기원해줘.

나는 달려온 사토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지었다.
모두, 마지막에는 모두 웃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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