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박자박.
작은 발이 오솔길에 깔린 나뭇가지들을 밟는 소리가 숲의 정적에 희미한 파문을 일으킨다. 조심스러운 걸음, 절제된 숨소리는 이내 숲의 일부가 되어 녹아들었다.
하지만,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 사람이 있었다.
숲의 장막이 무대의 막이 열릴 때처럼 펼쳐지고, 공터가 발소리의 주인에게 모습을 드러냈을 때 ─ 그 사람은 넓은 바위에 걸터앉은 채였다. 눈에 띄는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단지, 약간 눈살을 찌푸렸을 뿐이다.
그 ── 어둠, 그 그림자 속에서 암약하는 퇴마가의 당주 나나야 키리는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당당하게 나나야의 숲을 통과하여, 그의 명상을 방해한 존재는 다름아닌 조그만 소녀였다. 겉보기에는 채 예닐곱도 되지 않았을 듯한 작고 귀여운 소녀는, 키리의 존재를 전혀 신경쓰지 않은채 말없이 뒷짐을 지고 공터를 거닐었다.
대체, 뭐야.
키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소녀가 신경쓰여 견딜 수가 없었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당혹스러워했다. 피에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마(魔)는 아니다. 정안으로 잡아낸 감정도, 지극히 평범한 산책자의 것 이외에 그 어떤 것도 아니었다. 암살자인 그가, 상대의 미약한 살의조차 감
지할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보통의 인간 여자아이다. 그 외의 결론이 나올 수 없었다.
그러나 키리는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감에 집착했다. 단순한 논리로서는 성립되지 않는 동물적인 감각이, 그녀는 이상자(異象者)라고 이르고 있었다.
─ 어쨌든, 보통의 소녀가 나나야의 숲에 산책을 오는 일 따위는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 아주 잠시 동안이지만, 나나야가의 당주와 이름모를 소녀의 대치 상태가 이루어졌다. 그 긴장의 선은 너무나도 가늘었지만, 의외로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기에 쉽사리 끊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키리는 시간낭비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나나야 키리는, 소녀가 자신의 숲에 들어온 이래 처음으로 몸을 움직였다. 오른손을 품속에 넣었다. 이렇다할 의미가 있는 행동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숨이 막힐듯한, 살기(殺氣)가 주위에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새들은 울지 않았다. 바람소리도 그 지독한 살기에 먹혀들어갔다. 주위의 시간이 모조리 멈춘듯한 정적이 감돌았다.
그리고, 키리는 몸을 숙였다.
촌음(寸陰).
키리는 소녀의 눈동자를 향해 길다란 쇠꼬챙이를 들이밀었다. 소녀는, 그제야 걸음을 멈추고 아주 천천히 키리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키리는, 그 소녀에게서 기묘한 이질감 이외에 한가지를 더 발견할 수 있었다.
─미지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
소녀의 눈동자는 도저히 그 나이 또래의 것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의 깊이를 지니고 있었다. 단순히 공허한 표정이 아니었다. 저 먼 곳, 혹은 깊은 곳, 보통 인간의 영역으로 다다를 수 없는 곳을 응시하는 눈동자.
자신조차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있는 듯한 그 눈동자에, 키리는 짧은 순간 두려움을 느꼈다.
소녀는 얼굴에 미약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메말라 있었다.
키리가 지금 보통의 아이라면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거나, 심지어 실신할 정도의 살기를 뿌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표정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대치상태는 길지 않았다. 키리가 곧 지루해졌기 때문이었다. 키리는 일단 살기를 거두고 무기를 치웠다. 소녀는 도대체, 무엇인가. 키리가 다시 고민에 빠지려고 할때, 소녀가 입을 움직였다.
「왜 죽으려고 하죠」
소녀는 질문을 평서문처럼 발음했다. 키리는 그 말이 현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어느 때를 가리킨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피식 웃어버리며 살기를 완전히 풀었다. 고작, 어린아이가 아닌가.
「우문(愚問)이다」
소녀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고, 키리는 말을 이었다.
「죽으려는 사람 따위는 없어」
신념, 혹은 무지가 죽음을 부르기도 하지만 말이지. 라고 키리는 속으로 덧붙였다. 그는 암살자였다. 그가 죽인 어떤 인간도 죽기를 진정으로 바란 자들은 없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저씨의 결과는 죽음에 닿아 있는데요」
키리는 아저씨라는 말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소녀는 진심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솔직하게 답하기로 마음먹었다.
「확실히. ‘나’ 라면 그것이 결과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내 가능성의 시험을 내 대에서 끝내버릴 생각은 없어」
키리는 잘라 말했다. 소녀는 웃음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표정을 짓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서, 오른발을 축으로 해서 빙글 뒤로 돌았다. 치마가 그 바람에 펄럭였다.
「다르지만, 같네요」
소녀의 뒷모습을 주시하던 키리는 그 말의 의미에 대해 고찰하지 않았다. 무의미한 일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리는 자신만 질문에 대한 답을 한 것이 불만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무심코 한마디 질문을 던졌다.
「여기는 왜 왔지?」
그 말에, 소녀는 다시 빙글 돌아서 키리를 마주보았다. 그리고는 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나이에 걸맞은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지만, 키리는 그 웃음에서 확연한 이질감을 느꼈다. 소녀에게 어울리는 미소는, 오히려 아까의 메마른 미소였다.
소녀는 웃음을 거두고 짧은 대답을 했다.
「산책. 산책이에요. 아주 평범한, 매일처럼의 산책.」
「──그랬나」
키리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소녀에게서 흥미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두 번째이자 마지막인 질문을 던졌다.
「넌─ 누구지?」
키리가 그 질문을 던졌을때, 소녀는 이미 공터를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인사도 없이 소녀는 그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인사 대신 아주 조그만 중얼거림을 남겨놓았고, 바람은 키리의 귀에 그 말을 실어다 주었다.
「─제 이름은 미나호시 스이코. 저에겐 인간의 죽음이 보입니다」
그런가.
키리는 천천히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가기를 결심했다. 무의미한 가문과 집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이미 소중한 ‘가능성’을 보고, 얻은 상태였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한 재확인에 불과한 소녀의 충고는 의미가 없었다. 키리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숲의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공터는 순식간에 텅 비었다.
뒤늦게 도착한 바람만이, 소녀의 나머지 말을 전해줬을 뿐이었다.
「─지켜보겠습니다. 절대적인 죽음을 넘어선 당신의 ‘가능성’을」
바람이 분다. 그늘이 진다. 숲의 장막은 닫힌다.
공터는 비어 있다.
나나야의 숲은, 그렇게 정적을 되찾았다. 목록으로 돌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