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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꿈

01/07/01

태그 : 데카메론 프로젝트, 소리, 달팽이, 아키 마운틴

「데카메론 프로젝트 제 6일」 (소재 : Sound)
(2001/07/01 作)

- 달팽이의 꿈 -

그리 멀지는 않은 옛날, 환상계 Fantastic World 어느 구석에 처박혀 우뚝 솟아
있는, 푸르른 아키 마운틴 Aki Mountain 에서 일어난 일이다. 미리 말해두자면,이
곳은 전혀 특별한 장소가 아니다. 특별한 재해가 자주 일어나는 곳도 아니었고,사
계절이 딱히 나뉘어져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언제나 따사로운 햇살과 평화가 살고
있는 곳이었지만, 평화란 놈을 졸졸 따라다니는 나태와 따분함도 동거하는 지루하
디 지루한 장소중 하나였다. 그러나 여러분이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아키 마운틴
이라는 장소가 아니라 그곳에 사는 단 두마리의 달팽이다. 그들을 한번 찾아보자.

아키 마운틴에 존재하는 삼백칠십오만구천이백육십오 그루나 되는 나무들 중에서
여든 한번째로 작은 아카시아 나무에 살고 있는 메뮤르까 오카르넹 마망뒤트 슈로
츠 Memwrka Okarnin Manandute Shurots 라는 긴이름을 가진 달팽이는 나태함에 젖
어사는 다른 생물들과는 달리 활기에 차 넘치고 열린 정신과 풍부한 지식, 활달한
성격과 급한 성미 - 물론 달팽이 식으로 - 를가지고 있는 유쾌한 친구였다.
(무릇 여러분들은 환상계 안에서는 달팽이라도 엔간한 인간보다 훌륭한 언사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의 친구인 안 Ann 은 아키 마운틴에서 유일한 동족인 메뮤르까 오카르넹 마망
뒤트 슈로츠 와는 달리 소심한 성격에다 꿈꾸기를 좋아하고 조그만 일에도 바들바
들 떨어대는 불쌍한 친구였다. 안은 삼백칠십오만구천이백육십오 그루나 되는 나
무들 중에서 마흔 일곱 번째로 키큰 포플라 꼭대기에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둘은
성격도 반대였지만 주거지도 하늘과 땅 차이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다지도 다른 두 달팽이가 서로를 친구로 여길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그
들의 종이 같다는 이유만은 아니었다.바로 그들이 지향하는 꿈이 같았기 때문이었
다. 그 두 달팽이의 희한한 소망은 주위의 새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져 있었다.(물
론 웃음거리로)
당연한 일이겠지만 , 메뮤르까 오카르넹 마망뒤트 슈로츠는 그 소문이 멀리 퍼진
것을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친구인 안을 올려다보며 - 워낙 높은 곳
에 사니까 - 투덜댔다.

"그러니까, 안느(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달팽이는 양성이다. 그래서 모든 달팽
이는 남자이름, 여자이름을 모두 가지고 있다. 안느는 안의 여자이름이다.물론 메
뮤르까 오카르넹 마망뒤트 슈로츠도 여자이름을 갖고는 있지만 그 자신도 다른 동
물들도 그 이름을 별로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본래 이름도 그렇게나 긴데 말이다)
나의 사랑하는 친구. 난 그 재잘대고 꽥꽥대며 겸손과 예절이란 것은 쓰레기통에
쑤셔박은 채 하늘에 배설물을 찍찍 뿌리고 다니는 날개 달린 무식한 작자들에 대
해 그다지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런데 왜 넌 내가 그들을 사라지게 만
들면 안된다는 거지?"

안은(혹은 안느는) 부끄러운 듯 두눈과 더듬이를 배배 꼬아대며 대답했다.

"에- 어- 그들도, 음, 엄연한 살 권리를, 음, 그런걸 가지고, 에, 있지 않겠어?
그- 뭐냐- 어쨌든. 그러니까- 에또- 결국 그들을 없애버릴, 음, 권리가 너에게만
존재한다는 것은, 아, 아니겠지? 그렇지? 메오마슈-"

사실 메오마슈는 수많은 마법서적을 독파해(말할 줄 아는 달팽이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의아함을 가질 분들은 없으리라 본다)별로 대단치는 않은 여
러가지 재주, 그러니까 하늘을 난다던가 , 꼴보기 싫은 녀석들을 영원히 사라지게
한다던가, 혹은 치타보다 빨리 달린다던가 하는 종류의 재주들을 마음껏 발휘할수
있는 특별한 달팽이였다.
모든 일에 현학적 태도를 취해("에또,이런 경우는 폴리틱두스 안칸디움이라는 이
름으로 불리우기 때문에 림차리오 삭슈우힘이라는 방법을 취해야 해결되지." ) 떠
받들어지는 부엉이 라갈 미네 교수에 비해 그다지 나서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지력은 그다지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절친한 친구인 달팽이 안은
그의 능력을 누구보다도 확실히 파악하고 있는 터였다.안은 메오마슈의 능력이 얼
마나 두렵게 쓰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안. 그들도 살 이유는 있겠지. 내가 너무 경솔했어. 그래,노래를 찾는 작
업은 어때? 잘 되어가?"

바로 그들의 꿈이란 것이란, 그들만의 노래를 갖게 되는 것이었다.메오마슈의 마
법으로도 그것만은 얻을 수 없었다. 새들은 물론, 실개울의 개구리, 나무의 매미,
심지어는 안이 살고 있는 포플러 나무 마저도- 그들은 모두 자신의 노래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한없는 동경으로 노래를 갖고 싶어했다. 그러나 달팽이의 발성 기관이라
는 것은 노래와는 전혀 관련히 없는 방향으로 진화된 바였다.
어떻게든 노래를 찾아내려 온갖 고생에 노력을 거듭해도 , 새들의 가십거리 외에
노래라고 할 만한 것을 전혀 찾아낼 도리가 없었다.

"에- 뭐- 그저 그렇, 아니- 많이, 그래, 많이 나아졌어. 음, 다 친구 덕분이야."

현명한 달팽이인 메오마슈가 그 말에 담긴 의미를 모를리가 없었지만, 그는 이해
심 넓게 친구의 선의담긴 거짓말을 받아들였다. 그는 친구 안에게 다정하게 말했
다.

"그래, 내 사랑하는 친구. 안이자 안느. 네 말을 들으니 기분이 많이 나아졌어.
언제고 날개달린 무법자들의 오만한 부리를 뚝 꺾어놓을 날이 오겠지."

달팽이 둘은 느릿느릿 대화를 나누었고, 어느새 태양은 그 머리를 산의 틈바구니
속으로 밀어넣고 있었다. 달이 슬금슬금 올라올 기미를 보이자 두 달팽이는 작별
인사를 나누고 각자 자신들의 잠자리로 향했다. 메오마슈는 편히 잠들었지만 안은
한참동안을 뒤척거렸다. 그래서 그는 푸른 달 Blue Moon 이 떠오른 것을 볼 수 있
었다.

그가 암울한 표정으로 푸른 달을 바라보고 있을 때 , 갑자기 거대한 동물의 머리
가 그의 시야를 가렸다. 불쌍한 안은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다지 걱
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 동물은 달팽이들의 몇 안되는 친구들중 하나인 거북이 리
보릭 아케르 2세였기 때문이다. 리보릭 아케르 2세는 포플러 나무 구멍 사이로 머
리를 늘여 들이밀고는 느릿느릿 말했다.

"안녕. 친구."

안은 더듬이를 끄덕였다.

"물론, 물론이지. 좋, 좋은 밤이지 뭐, 뭐야."

"그래. 좋은 밤이지. 좋은 소식도 함께 말야."

리보릭 아케르 2세는 중후하고 느린 목소리로 우물거렸다. 이 친구는 우직하지만
현명했고, 말이 느린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생각이 엄청나게 빠른 거북이였다.
그건 그렇다 치고, 원래 아키 마운틴 정상쪽의 개울에 사는 리보릭 아케르 2세가
안의 처소까지 직접 찾아온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안은 물론 궁금했다. 리보릭
아케르 2세는 자신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 난 네 친구이자 내 친구 메뮤르까 오카르넹 마망뒤트 슈로츠 달팽이의 부
탁을 받아 노래꾼의 음 Singer's Sound 을 찾으러 갔었지."

안은 가슴이(달팽이에게 가슴이 어디있냐고 묻지는 말기 바란다) 두근거렸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물론 안은 별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메오마슈는 며칠 밤낮을
책을뒤져 찾아낸 자료를 현명한 거북 리보릭 아케르 2세에게 부탁했기 때문이다.
물론 리보릭 아케르 2세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 그 신비한 음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그 여행이란 것이, 거북의 느릿느릿한 걸음으로는 아무래도 길어질 수 밖
엔 없는 것이다. 두 달팽이는 자신들이 먼저 그 부탁을 깡그리 잊고 만 것이다.
그렇다고 거북이를 탓할 수는 없다. 모든 일에는 개인적 사정이란 것이 있는 법
이다.

"차, 찾아낸- 그런 거야? 그런거?"

"물론이지." 리보릭 아케르 2세는 고개를 움직였다. "친구의 부탁인데, 당연하지
않겠어. 단지, 그 음이 있는 곳이 찾기 어려울 뿐이야."

"그, 그곳이 어딘데?" "바다."

쏴아아- 시원한 바람이 포플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안은 당혹해 했다. "바다? 바
다라고? 그게 도대체 뭐지?"

"그건," 리보릭 아케르 2세 거북이는 말했다. "바다야."

푸른 달은 허공에 두둥실 떠서 한밤중의 밀담을 엿듣고 있었다. 리보릭 아케르 2
세는 아무래도 좋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안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그게 뭔데?"

리보릭 아케르 2세는 눈을 들어 푸른 달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 안으로 푸른
달이 비쳐 들어와 담겼다. 거북은 입을 다시 열었다.

"저 달을 설명해 봐. 그럼 나도 바다에 대해 알려주지."

그거 간단하겠군 하며 달을 쳐다본 안은 낭패감을 느꼈다.

"말해봐."

"파, 파랗고, 그리고..."

"그리고?"

"도, 동그래, 그래!"

"다음엔?"

"비, 빛나?"

"또?"

"모, 모르겠어! 이, 이런..."

리보릭 아케르 2세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크고 느린 동작으로 끄덕거렸다.안
은 껍질 속으로 몸을 숨기고 싶을만큼 부끄러워 졌다. 거북이 말했다.

"그것 봐. 너는 저 달조차제대로 묘사할 수 없었지. 그런데, 나보고 저 달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다란 바다를 이야기하라고? 그건 말도 안돼."

"그럼..." 안은 시무룩해졌다. 기껏 노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는가 했는데. 물
거품이 되다니. 그곳, 바다란 곳이 도통 무엇인지 모른다면 도대체 어떻게 찾아가
란 말인가? 리보릭 아케르 2세가 같이 가주지 않는 한은... 그래!

"안돼." 안은 미처 묻기도 전에 거절당했다. 거북은 엄숙히 말했다. "바다란 곳
에 가서 자신의 소리를 얻으려면, 먼저 바다의 소리를 찾아야만 해."

안은 곰곰히 되씹었다. "바다의... 소리?"

"그래. 바다의 소리. 오직 자신의 힘 만으로 찾아내야 하는 소리지.일단 그 소릴
들을 수만 있게 된다면, 노래꾼의 음을 찾으러 바다에 도착하는 것은 시간문제지.
일단 도착만 하게 된다면,"

"된다면?"

"바다는 너에게 자신의 소리를 선물해줄 거야. 그것이 바로 노래꾼의 음이지. 그
건 바다를 찾으러 가면서 들은 음과도 비슷할 테지만, 또 다르지.난 그 소리를 들
었어."

안은 펄쩍 뛰었다.

"뭐, 뭐라, 고? 그, 그럼 너, 넌 이미 그, 그 음을...?"

"물론." 리보릭 아케르 2세는 등딱지를 흔들어 대더니 이상하게 꼬인,우둘투둘한
질감의 뿔피리와 비슷한 물건을 꺼내었다. "이게 바로 바다가 나에게 선물한 소리
이자, 노래꾼의 음이지." 안이 가까이 가려고 하자, 리보릭 아케르 2세가 경고했
다. "만약 네가 그 음을 찾아 노래를 가지고 싶다면, 듣지 않는 편이 나아. 그 소
릴 듣게 되면 너의 기회는 영영 없어져 버리는 거야 . 바다는 자신의 힘을 들이지
않는 자에겐, 즉 게으른 자에겐 선물하지 않아."

안은 그러나, 물러서지 않고 거북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그리고 더듬이를 쳐
들었다가, 힘없이 내렸다가, 한숨을 내쉬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문득 결심한 듯이
더듬이를 빳빳이 쳐들었다. 그는 이미 더듬거리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이 소릴 듣는다면... 그렇다면, 바다의 음을 찾는 수고는 덜어도
되잖아? 그치? 그렇지?"

거북은 한숨을 내쉬었다.

"메뮤르까 오카르넹 마망뒤트 슈로츠를 생각하는구나. 그렇군. 하지만..."

그때였다. 눈앞에서 번쩍! 하고 섬광이 일더니 리보릭 아케르 2세와 안사이에 메
오마슈가 모습을 드러냈다. 메오마슈는 아무렇지도 않게 거북에게 인사했다.

"안녕."

"안녕." 거북은 대답하며 안에게 눈을 돌렸다. "네 친구부터 말리는 게 좋을 거
야. 지금 너와의 우정에 엄청나고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려 하고 있으니까."

물론 현명한 메오마슈는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메오마슈는 안에게 다
가갔다.

"오오!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 안이자 안느! 정말 너의 우정에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어! 하지만 그런 희생을 할 필요는 없지."

"물론이야." 리보릭 아케르 2세가 끼어들었다. "안, 넌 내 말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 한것 같구나. 내가 말했지? 게으른 자에겐 선물이 주어지지 않는다고.만약 네
가 메뮤르까 오카르넹-"

"그러니까 나에게 길을 찾아 주었다면, 나 역시 바다의 선물, 노래꾼의 음을 받
을 수 없었을 거라는 이야기지."

"그래."

안은 훌쩍댔다. "미안해- 나, 난 그런줄, 그것, 도 모르고- 얼간이처럼-"

리보릭 아케르 2세는 등딱지에 다시 그 물건을 집어넣고,천천히 몸을 돌렸다. 거
북이 가렸던 만큼이 파아란 달빛이 쏟아들어져 왔다.

"그럼 내 임무는 끝났군. 만나서 반가웠어. 그럼." 거북은 천천히 포플러를 기어
내려갔다. 메오마슈가 작별인사를 했다.

"잘가!"

안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훌쩍거리기는 했지만.

"훌쩍- 자, 잘가- 그, 그리고 고마워-"

그렇게 리보릭 아케르 2세 거북이는 떠나고,포플러 나무 구멍엔 안과 메오마슈만
남았다. 자,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실 것이다.과연 두 달팽이
들은 바다의 소리를 찾아서, 바다까지 무사히 도착해 , 자신들만의 노래를 찾아낼
수 있었을까? 물론, 이 이야기는 결말이 난 이야기이다. 지금도 아키 마운틴에 올
라가 보면 두 달팽이와 그들의 친구인 거북을 찾아볼 수 있다.
독자 여러분들께는 미안하지만 , 이 이야기의 전말은 결국 당사자들에게 듣는 것
이 나을 거라는 판단이다. 여러분은 말로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가? 바다를, 달을
표현할 수 있는가? 그것은 직접 그들에게 찾아가,그들이 찾아낸 더할나위 없이 파
르란 노래를, 청명한 바다의 소리를 듣고 난 다음에야 대답이 가능한 질문일 것이
다. 그럼, 여러분들의 건투를 빈다! 부디 환상계의 위험한 생물들과 부딪히지 않
고 그들을 찾아가 아름다운 노래를 듣기를!

추신 : 장담하건대 , 어떤 고생을 겪으며 도착했더라도 그들의 노래를 들은 후엔
전혀 여행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아니라면, 도끼를 쥐어들고
내 오두막으로 찾아와도 좋다.

다시 추신 : 미안하게도 내 오두막은 바닷가에 있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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